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윤재민 연구원의 모니터에는 AI 챗봇 창이 세 개나 열려 있었습니다. 사고력을 연구하는 사람이니 AI를 의도적으로 멀리할 줄 알았는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AI를 안 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 쓰는지가 다른 거예요."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그 한 문장 안에는 그가 몇 년간 붙들고 있는 연구 주제 전체가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인지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AI를 배척하는 대신, AI와 함께 사고하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의 책상 위에는 AI가 내놓은 답변에 물음표를 잔뜩 달아놓은 메모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 답, 왜 맞다고 생각했지?" — 그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연구 참여자들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입니다.
윤재민 연구원은 인간성장연구팀에서 AI 시대의 사고력을 연구합니다.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을 전공하며 인간의 판단과 추론 과정을 들여다보던 그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던 시기에 자연스럽게 'AI가 사고 과정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으로 관심을 옮겨왔습니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AI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입니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AI를 '보조 도구'로 쓰는 사람과 '대체 수단'으로 쓰는 사람 사이에는 사고 습관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 그의 관찰입니다. 그는 이 차이를 수치로 확인하기 위해 설문과 인터뷰 데이터를 꾸준히 모으고 있으며, 동시에 이 발견을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할 방법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본 인터뷰
Q.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이 뭐예요?
'이 질문, AI한테 그냥 물어봐도 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먼저 생각해봐야 할까' 하는 갈림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서 있어요.
Q. 이 연구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요?
AI로 보고서 초안을 짜다가 문득, 제가 '왜 이 결론이 맞는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편해졌는데 뭔가 헛헛하더라고요.
Q. 지금 파고드는 주제를 초등학생한테 설명한다면요?
AI는 아주 똑똑한 친구인데, 숙제를 대신 해달라고만 하면 나는 하나도 안 늘어요. 대신 같이 풀어보자고 하면 둘 다 똑똑해지는 거죠.
Q. 연구하면서 "어, 이건 나도 몰랐네" 했던 순간이 있어요?
AI를 많이 쓴다고 무조건 사고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었어요. AI 답을 그대로 믿는 사람과, AI 답에 되물어보는 사람 사이의 차이가 훨씬 컸어요.
Q. 연구 내용을 본인 삶에 실제로 적용해본 적 있어요?
이제는 AI 답을 받으면 무조건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한 번 더 물어봐요. 그 한 단계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더라고요.
Q. AI가 점점 똑똑해지는데, 그럼 사람은 뭘 성장시켜야 할까요?
질문하는 힘이요. 좋은 답은 이제 흔해졌지만, 좋은 질문은 여전히 사람만 만들 수 있어요.
Q.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딱 한 문장 남긴다면?
AI에게 물어보기 전에, 나한테 먼저 물어보는 습관 하나만 남겨보세요.
인터뷰 말미에 윤재민 연구원은 자신의 연구가 'AI를 쓰지 말자'는 결론으로 흐르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AI를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AI를 열기 전에 무엇을 했느냐'라는 것. 그는 매일 업무를 시작하기 전, AI 창을 열기 전에 오늘 풀어야 할 문제를 손으로 한 줄 적어두는 습관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고력을 연구하는 사람의 첫 번째 실험 대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 그의 하루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AI가 답을 주는 속도보다, 제가 질문을 만드는 속도가 더 중요해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