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아 연구원의 책상에는 워크북 표지 시안이 늘 여러 장 쌓여 있습니다. 콘텐츠 하나를 기획할 때마다 리서치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도, 정작 최종 선택은 가장 늦게 하는 사람이 바로 그입니다. "자료가 많을수록 결정이 쉬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콘텐츠디자인랩에 합류한 그는, 연구 결과를 워크북과 콘텐츠로 옮기는 실무를 맡으며 자연스럽게 '선택 피로'라는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정보가 많을수록 오히려 결정을 못 내리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이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이 주제는 그의 연구 주제가 되었습니다.
정민아 연구원은 콘텐츠디자인랩에서 연구 결과를 워크북, 질문지, 교육 콘텐츠로 옮기는 일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정보가 많을수록 오히려 결정을 못 내리는 '선택 피로'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정보 과잉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그가 만든 의사결정 기준 세우기 질문지는 이런 관찰에서 출발했습니다. 정보를 더 모으기보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만의 기준 세 가지를 먼저 적어보게 하는 것. 그는 이 단순한 절차 하나가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시간을 눈에 띄게 줄여준다는 것을 자신의 사례와 여러 워크숍 참가자들의 사례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본 인터뷰
Q.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이 뭐예요?
선택지를 하나 더 찾아보는 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니면 결정을 미루는 핑계인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Q. 이 연구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요?
워크북 표지 시안을 열 개도 넘게 만들어놓고 하나를 못 골라서 이틀을 날린 적이 있어요. 그날 '내가 왜 이러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Q. 지금 파고드는 주제를 초등학생한테 설명한다면요?
아이스크림 가게에 맛이 3개일 때보다 30개일 때 고르기가 더 오래 걸리는 이유를 알아보는 거예요.
Q. 연구하면서 "어, 이건 나도 몰랐네" 했던 순간이 있어요?
정보를 더 모을수록 확신이 커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느 지점부터는 확신이 떨어졌어요. '결정 피로'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더라고요.
Q. 연구 내용을 본인 삶에 실제로 적용해본 적 있어요?
이제는 선택 전에 '내 기준 3가지'를 먼저 적어놓고 시작해요. 정보를 아무리 찾아도, 그 기준 밖에 있는 건 과감히 걸러요.
Q. AI가 점점 똑똑해지는데, 그럼 사람은 뭘 성장시켜야 할까요?
나만의 기준이요. AI는 선택지를 끝없이 늘려줄 수 있지만, 그중 뭘 고를지는 결국 내 기준이 정해요.
Q.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딱 한 문장 남긴다면?
정보를 더 찾기 전에, 내 기준부터 세 줄로 적어보세요.
정민아 연구원은 인터뷰 말미에, 의사결정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완벽한 선택'에 대한 강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정보를 끝없이 모았다면, 지금은 기준 밖의 정보는 과감히 걸러내는 쪽을 택합니다. "틀린 선택이 무서운 게 아니라, 기준 없이 흔들리는 게 더 힘든 거였더라고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서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그의 역할은 넓어졌지만 질문은 하나로 좁혀져 있었습니다 — 무엇이 나의 기준인가.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기준이 없어지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