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서연 연구원은 스스로를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관계'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되었을까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잠시 웃더니, 오히려 그 낯가림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사람들이 왜 저한테 속마음을 잘 안 터놓는지 몰랐어요. 알고 보니 제가 듣는 척만 하고 있었더라고요."
상담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수많은 상담 축어록을 분석하던 그는, 관계가 틀어지는 원인의 상당수가 성격이 아니라 '듣는 방식'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의 대화 습관을 녹음해 다시 듣는 훈련을 스스로에게 적용하기 시작했고, 그 경험은 지금 그가 진행하는 관계·소통 상담 연구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박서연 연구원은 사례·검증연구팀에서 상담·교육 현장의 실제 사례를 분석하며 관계와 공감을 연구합니다. 사람들이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성격 차이보다 '듣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한 뒤로, 그는 공감을 타고나는 성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기술로 다루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그가 조직 워크숍에서 가장 강조하는 훈련은 단순합니다. 상대의 말이 끝난 뒤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속으로 3초를 세는 것.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이 3초가 '대답을 준비하며 듣기'에서 '끝까지 듣고 나서 생각하기'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것을 그는 수십 개의 워크숍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본 인터뷰
Q.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이 뭐예요?
메신저로는 대화가 이렇게 쉬운데, 왜 직접 만나면 할 말이 없어질까 하는 생각이요.
Q. 이 연구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요?
상담 사례를 분석하다가, 관계가 틀어진 사람들의 공통점이 '성격 차이'가 아니라 '듣는 방식의 차이'라는 걸 발견했어요. 그때부터 이 주제를 놓지 못하고 있어요.
Q. 지금 파고드는 주제를 초등학생한테 설명한다면요?
친구가 말할 때 다음에 뭐라고 대답할지 생각하지 말고, 일단 끝까지 들어보는 연습이라고 할 것 같아요. 생각보다 어려운 연습이에요.
Q. 연구하면서 "어, 이건 나도 몰랐네" 했던 순간이 있어요?
저 스스로도 '듣기'를 잘한다고 믿었는데,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니 상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가 먼저 말하고 있더라고요.
Q. 연구 내용을 본인 삶에 실제로 적용해본 적 있어요?
이제는 대화할 때 속으로 3초를 세고 대답해요. 별거 아닌데, 그 3초 덕분에 오해가 확실히 줄었어요.
Q. AI가 점점 똑똑해지는데, 그럼 사람은 뭘 성장시켜야 할까요?
판단하지 않고 듣는 힘이요. AI는 빠르게 답해주지만, 그냥 옆에서 들어주는 건 아직 사람이 훨씬 잘해요.
Q.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딱 한 문장 남긴다면?
오늘 대화 한 번만, 대답할 말 생각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보세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박서연 연구원은 관계 연구를 하면 할수록 정작 자신이 가장 많이 배운다고 말했습니다. 조직 워크숍에서 만난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자신의 대화 습관도 계속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완벽하게 듣는 사람이 되려는 게 아니에요. 오늘 한 번이라도 더 낫게 듣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낯을 가린다던 그 첫 마디가, 인터뷰가 끝날 즈음엔 누구보다 편안하게 상대를 대하는 태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잘 듣는 사람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더라고요.”



